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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회화

김정효 KIM, JEONG HYO - 중력회화 GRATITY PAINTING


김정효의 작업은 캔버스를 수직으로 세우고 위에서 아크릴 물감을 흐르게 하여 선 자체가 그림이 되게 한 작품들이다. 이처럼 물감의 액체성을 이용한 ‘중력회화(Gravity Painting)'는 직선들로 이루어지지만, 차가운 기학학적인 선이 아니라 액체 물감과 캔버스의 굴곡진 천이 만나 생기는 미세한 떨림이 반영된다. 이런 방식으로 물감의 농도와 양에 따라 다양한 선의 느낌을 내고, 캔버스를 돌려가며 수평선과 수직선을 만든다.
이러한 중력회화에서 그림을 그리는 주체는 인위적인 기술로 그림을 완성하는 자가 아니라 자연의 힘인 중력에게 그리는 임무를 위임하고 참여자로 만족한다. 이것은 주체의 의지와 계획을 반영하면서 그것의 실현을 자연의 힘에 맡김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공동 작업이 되게 한 것이다.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힘, 행위와 무위가 서로에 의지해서 행해지는 이러한 제작 방식은 수행적인 과정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화면은 직선들이 지배적이지만, 우연성의 개입으로 인한 긴장과 자연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초기작들은 수평선과 수직선들인 구축된 추상화로 시작되었지만 최근작들에서는 수직선이 중심이 되는 현대화된 건축물들을 다룬 <도시시리즈로 변모하였다.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사 현장이나 네모난 성냥곽을 쌓아 올린 것 같은 건축물들을 자연을 지배하는 중력의 힘을 통해 재구성함으로써 각박하고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를 완화시키고자 했다. 이것은 인간과 자연을 조화를 추구해온 한국적인 미의식과 정반대로 나아간 현대화된 도시에서 잃어버린 전통을 복원하는 방식이다. 2000년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열리는 김정효의 이번 전시회는 이 같은 <도시시리즈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이다.